4월의 생각들
1. 1월부터 꾸준히 상승세였다. 마음이 점점 낫고 표현은 부드러워졌다. 주변에 사람이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. 이대로라면 나도 언젠가 정상적인(또래와 비스무레한) 삶을 살 수 있으려나 싶었다. 그런 희망에 붕 떠있던 날들이었다. 생존과 버팀의 시간을 지나 향유하는 삶으로 넘어왔으니 얼마나 새로웠겠는가... 어쩌면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. 이젠 나아질 거라는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너무 기특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던 찰나, 그마저 익숙해져 더 나은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더라. 브레이크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한다. 현재를 열고 마침내 이해하고 난 뒤, 꼼꼼히 닫고 미래로 가야겠다고 생각한다. 힘들어서 흐지부지 넘겨온 날들은 항상 뒤통수를 친다.
2. 결국 받았다. 내가 산만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는데. (나는 차분함을 요구하는 많은 일들을 너무 잘 해냈다고 생각했다) 아마 지금까지는 무기력이 산만함을 이겼을 거라고 하셨다. 인정한다. 그러나 이 친구도 잘 길들여가며 살면 된다. 이번에는 좀 쉬울 것 같다.
3.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읽어야겠다. 지난주는 한병철의 [피로사회]였고, 이번 주는 알베르 카뮈의 [이방인]을 읽을 것이다. 생각보다 꽤 어려운 일이더라. 남들보다는 빠르게 읽는 편이지만 산만함이 나를 괴롭혀... 자꾸만 눈이 돌아간다.
4. 하루에 영화 2개를 보고 있다. 영화 입시를 준비하는 사람치고는 양이 참 적어서 더 봐야할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만, 2개 이상 보면 머릿속에서 자꾸 뒤섞인다. 여러모로 어려운 날들이다. 이젠 안경 없이 영화보기가 조금 힘들다. 하루에 한번은 나가서 산을 타려고 하는데 오늘은 소나기가 와서 산에는 못 갔다.
5. 내 삶의 충격적인 순간을 쓰라는 과제를 받았는데, 아무리 생각해도 충격적인 순간이 떠오르지 않는다. 나는 나름대로 스펙터클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모든 일들이 흐릿하다. 문득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. 정말 격동의 시간이었는데, 기억조차 없는 것은 너무 억울하지 않나. 그래도 평탄했다. 나쁜 일은 없었던 것 같다. 은은하게 무모해서 상상도 못한 시점에 말도 안되는 일이 반복되기는 했지만 나름 즐거웠다.
6. 낙관적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다니! 사는 것이 이렇게 멋진 일인지 난 몰랐다. 멋진 일이다. 앞으로 무슨 실패를 해도 그것이 내 자아의 몰락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. 그래서 삶이 즐거워진 것 같다. 지금껏 인생이 돈을 많이 걸고 하는 도박이라 생각했는데 이젠 설날 윷놀이 같다.
7. 부끄럽게도 공부를 좀 할걸 싶다. 인간이 코앞의 목표를 위해 진정으로 몰두해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겠지. 성공했든 실패했든, 그 경험은 각자의 삶에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. 나는 그 시간을 날려먹은 셈이다. 어차피 대학을 갈 거면서 왜 그랬니... 어리석었던 것 같다. 인간에게 기본이 되는 공부라는 것은 분명 있다. 엄마 말 들을걸 그랬다. (후회한다는 뜻은 아니고)
이 합법적 루저 양성기관에서 나는 무엇을 했는가... 책 많이 읽어야겠다. 부끄럽다.
8. 요즘 따라 글이 너무너무 쓰고 싶다. 생각이 넘쳐난다. 사는 것이 하루하루 새롭다. 단편소설을 쓰고 싶지만 참아야겠지. 아무래도 아카이브를 시작한 것은 잘한 일 같다.
9. 이 모든 것을 한숨에 쓰고서 깨달았다. 나 정말 산만하구나. 아무 얘기나 할거면 번호는 왜 매겼니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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